자기애성 인격장애(NPD)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거나, 반대로 “의지만 있으면 금방 고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해지곤 합니다. 현재 근거는 두 주장 모두를 지지하지 않아요. 장기 관찰과 임상 사례에서는 변화가 확인되지만, 대체로 느리고 고르지 않으며, NPD만을 대상으로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비교한 무작위시험은 아직 없습니다.

치료의 핵심은 누군가를 굴복시키거나 “자기애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평가나 실망을 견디는 방식, 흔들리는 자기평가를 조절하는 능력,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함께 생각하는 능력, 일·학업·친밀한 관계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 글은 어떤 변화가 현실적인 목표인지, 심리치료 문헌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나눠 살펴봅니다.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진단 기준을 더는 충족하지 않는 것과 삶의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2022년 Focus 리뷰는 일부 종단연구에서 범주형 NPD 진단이 줄어든 반면, 차원적으로 측정한 자기애적 어려움과 관계 기능 손상은 더 오래 남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좋아지는 속도도 대체로 느리고 점진적이었어요.
따라서 변화는 한 번의 사과나 겸손한 말보다 반복되는 장면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비판을 받았을 때 즉시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관계를 끊는 빈도가 줄었는지, 실패 뒤 무가치감에 빠진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타인의 관점을 자기평가에 대한 공격으로만 읽지 않는지, 일과 관계에서 책임을 계속 수행하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이 관점은 과대성과 취약성이 함께 나타나는 자기평가 패턴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합니다. 겉으로 자신만만해 보이는 순간과 모욕감에 무너지는 순간이 번갈아 나타난다면, 치료는 어느 한쪽을 “진짜 성격”으로 정하기보다 두 상태를 오가는 조건과 행동의 결과를 함께 다룹니다.
치료 목표는 성격을 지우는 일이 아니에요
현실적인 목표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나 “공감 능력을 갖기”처럼 넓은 문장만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회의에서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을 때 보복성 메시지를 보내기 전 하루를 기다리기, 갈등 뒤 상대의 의도를 단정하기 전에 사실을 확인하기, 성취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일을 전부 포기하지 않기처럼 생활 장면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자기 기능에서는 현실적인 강점과 한계를 함께 보는 능력, 목표를 인정 획득에만 맞추지 않는 능력, 부끄러움·분노·공허함을 구분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목표가 될 수 있어요. 대인 기능에서는 상대의 경험을 자기와 별개로 상상하기, 친밀한 관계의 상호성을 늘리기, 이용하거나 평가하는 방식 대신 부탁·협상·책임을 사용하는 일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수치심이 갈등과 공감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글처럼, 수치심을 없애는 것보다 수치심이 분노·철수·비난으로 바뀌는 지점을 알아차리는 것이 실용적인 목표예요. 치료자는 이 목표를 당사자와 함께 정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실제 기능이 달라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 관계 자체가 변화의 연습장이 됩니다
NPD 치료에서는 치료자를 이상화했다가 작은 실망 뒤 무가치하게 평가하거나, 평가받는 느낌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를 숨기거나, 특별한 예외를 요구하는 패턴이 치료실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비난의 증거로 쓰기보다 관계에서 반복되는 방식을 안전하게 관찰할 자료로 다루는 것이 중요해요.
2022년 리뷰가 여러 치료 접근에서 공통으로 꼽은 원칙은 분명합니다. 현실적 목표를 정하고, 시간·연락·위기 대응 같은 치료의 틀을 예측 가능하게 유지하며, 자기평가와 관계를 함께 살피고, 치료 동맹이 깨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다루는 것입니다. 치료가 계속된다는 사실만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지 않고, 목표와 행동이 실제로 달라지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치료자가 모욕하거나 무조건 순응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작업과 다릅니다. 반대로 불편한 피드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해로운 치료라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중요한 기준은 피드백이 합의한 목표와 연결되는지, 질문과 이견을 말할 수 있는지, 전문적 경계가 일관되게 지켜지는지입니다.
어떤 심리치료가 쓰이나요?
MSD Manual Professional은 정신역동적 심리치료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경계성 인격장애를 위해 개발된 정신화 기반 치료와 전이초점 심리치료를 NPD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인지행동적 접근도 개인에 따라 사용될 수 있어요. 그러나 “사용된다”는 말과 “NPD에서 다른 방법보다 우월하다고 입증됐다”는 말은 구분해야 합니다.
정신화 기반 접근은 감정이 커질 때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하나의 확정된 사실처럼 단정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살피도록 돕습니다. 전이초점 접근은 치료 관계에 나타나는 이상화·평가절하와 모순된 자기·타인 표상을 다룹니다. 정신역동적 접근은 자기평가를 지키기 위해 반복하는 관계 방식과 갈등을 이해하고 다른 선택을 연습합니다. 인지행동적 작업은 평가와 실패에 대한 자동 해석, 회피·공격 행동, 완벽주의적 기준을 구체적인 상황과 기록으로 검토할 수 있어요.
치료 이름만으로 적합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이름 아래에서도 제공자의 교육과 감독, 치료 구조, 목표 측정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현재의 가장 큰 손상이 무엇인지, 동반된 우울·불안·물질 사용이나 양극성장애가 따로 치료돼야 하는지, 치료 중단 위험을 어떻게 다룰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8명 사례연구는 가능성을 보여 주지만 효과시험은 아닙니다
2023년 연구는 NPD 진단을 받은 8명의 장기 개인심리치료 사례를 치료자 보고서로 질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연구진은 일·교육 참여, 가까운 관계, 감정조절, 자기주도성, 성찰 능력 등에서 나타난 변화 패턴을 정리했어요. 2024년 별도의 사례연구도 치료 후 개선된 8명을 찾아 치료 전후 진단 기준과 사회심리적 기능을 후향적으로 평가했고, 2.5~5년 뒤 진단 기준과 기능이 좋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결과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중요한 사례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두 연구 모두 NPD 환자를 무작위로 치료에 배정해 비교한 시험이 아닙니다. 특히 2024년 연구는 처음부터 개선된 사례를 골라 분석했기 때문에, 같은 치료를 받은 사람 중 몇 명이 좋아지는지나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는 알 수 없어요. 표본도 각각 8명으로 작고, 평가가 후향적이거나 치료자 보고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8명 모두 좋아졌다”를 성공률처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더 정확한 결론은 장기간 치료에서 진단과 기능의 큰 변화가 가능했던 사례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동기와 참여, 성찰, 감정조절, 주체성, 대인 참여가 관찰됐지만 일반화와 인과 판단에는 훨씬 큰 비교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중도탈락과 정체도 치료의 일부로 점검해야 해요
2022년 리뷰는 기존 표본들에서 높은 치료 중도탈락이 보고됐다고 지적합니다. 다만 서로 다른 시기와 표본에서 나온 수치를 모든 사람의 예측값으로 적용하면 안 돼요. 중요한 것은 치료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어떤 패턴과 연결되는지 미리 다룬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치료자가 기대한 만큼 감탄해 주지 않았을 때, 변화가 느려 실패처럼 느껴질 때, 진단명이 모욕처럼 받아들여질 때, 부끄러운 사건을 말한 뒤 사라지고 싶을 때 중단 충동이 커질 수 있습니다. 치료 시작 단계에서 결석·연락·종결 절차를 정하고, 불만을 치료 안에서 말할 수 있다는 합의를 만드는 이유예요.
오래 다니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합의한 기능 목표가 몇 달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거나 같은 교착이 반복된다면, 치료자와 함께 가설·방법·빈도·동반질환 평가를 다시 살펴야 합니다. 필요하면 감독을 받는 다른 전문가의 의견이나 치료 전환을 검토할 수 있어요.
약물은 무엇을 치료하나요?
현재 NPD 자체를 변화시키는 약물이 확립됐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2022년 리뷰는 NPD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나 약물치료를 검증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없다고 정리합니다. 그렇다고 약물이 언제나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물질사용장애처럼 함께 있는 상태가 확인되면 그 상태의 근거에 따라 약물이나 별도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처방을 받았다면 어떤 증상을 목표로 하는지, 효과와 부작용을 언제 평가할지, 변화가 없을 때 무엇을 조정할지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약으로 불면이나 우울이 줄더라도 자기평가와 관계의 오래된 패턴이 자동으로 달라진다고 기대해서는 안 되며, 온라인 정보만으로 약을 시작·증량·중단해서도 안 됩니다.
치료를 고를 때 확인할 질문
- 평가: NPD 진단뿐 아니라 우울·불안·외상 경험·물질 사용·양극성장애와 다른 인격 특성을 어떻게 구분했나요?
- 목표: 좋아졌다는 판단을 어떤 행동과 일·학업·관계 기능으로 확인하나요?
- 방법: 사용하는 치료가 현재 목표를 어떤 원리로 다루며, 제공자는 어떤 교육과 감독을 받았나요?
- 경계: 연락, 결석, 위기, 비용, 종결 규칙은 어떻게 정하나요?
- 측정: 변화와 부작용, 치료 정체와 중단 위험을 언제 다시 평가하나요?
- 조정: 관계가 반복해서 깨지거나 목표가 움직이지 않을 때 무엇을 바꾸나요?
가족이나 파트너가 상대를 “치료에 굴복시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진단 대신 요청·합의·경계를 말하는 방법처럼, 관찰한 행동과 자신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전하고 안전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에요. 폭력·협박·스토킹처럼 안전 문제가 있다면 진단을 설득하는 것보다 지역의 긴급지원과 전문기관을 이용해야 합니다.
가능성은 열어 두되, 과장은 피해야 합니다
NPD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짧고 단순한 과정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문헌은 현실적 목표, 예측 가능한 치료 틀, 자기평가와 관계에 대한 작업, 치료 동맹의 균열과 회복, 동반질환 치료가 중요하다는 방향을 보여 줍니다. 동시에 NPD 전용 무작위시험이 없고, 눈에 띄는 개선 사례가 전체 치료 효과를 말해 주지는 않는다는 한계를 함께 기억해야 해요.
좋은 치료 질문은 “이 사람의 성격을 바꿀 수 있나?”보다 구체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자기평가가 무너지고, 그때 어떤 행동이 관계와 생활을 해치는가?”,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늘리고, 그 변화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변화 가능성을 말할 때도 당사자의 책임과 존엄, 주변 사람의 경계와 안전을 함께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신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진단·약물·심리치료 계획은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참고자료
- Weinberg I, Ronningstam E.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Progress in Understanding and Treatment. Focus. 2022;20(4):368–377. DOI: 10.1176/appi.focus.20220052. 종단 경과, 치료 근거의 한계와 공통 원칙을 정리한 리뷰. 2026-10-19 확인.
- Ronningstam E, Weinberg I.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Patterns, Processes, and Indicators of Change in Long-Term Psychotherapy. Journal of Personality Disorders. 2023;37(3):337–357. DOI: 10.1521/pedi.2023.37.3.337. 8명에 대한 치료자 사례보고의 질적 검토.
- Weinberg I 외. Can Patients With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Change? A Case Series.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2024;212(7):392–397. DOI: 10.1097/NMD.0000000000001777. 개선된 8명을 후향 평가한 사례연구.
- MSD Manual Professional, 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치료 접근 개요. 2026-10-19 확인.